입력 2025.12.08 09:00
업데이트 2025.12.19 07:54
12.3 내란 사태의 민낯 밝혀내
“노(상원) 저은 기동팀에 감사”
중앙그룹이 깊이있는 취재와 남다른 기획력으로 선보인 보도들이 연이어 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JTBC는 ‘롯데리아 계엄 모의’ 보도로 지난달 한국방송기자대상과 한국기자상을 동반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보도에 대해 “비상계엄의 동인은 무엇이었을지 그 의문점에서 나온 수작”이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의 민낯을 가장 응축적으로 파헤쳤다”고 평했다. 아래는 수상자들이 중앙사보로 보내온 취재기./편집자
노상원 연속보도는 사실 ‘반까이’(타사 단독보도를 만회하기 위한 보도를 뜻하는 은어)였습니다. 노씨가 한 식당에서 계엄을 모의했다는 타 방송사의 보도가 나온 뒤였습니다. 비선이 공권력에 닿으려면 비공식적인 통로와 수단이 필요합니다. 노씨의 통로는 ‘식당’이었습니다.
식당 주소부터 취재했습니다. 고급 일식집이나 한식집을 떠올리며 기자를 보냈습니다. 현장 기자의 보고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선배, 여기 롯데리아인데요.” 그 건물에 있는 다른 식당도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롯데리아 점장님이 말씀하시길 경찰이 CCTV 영상을 싹 가져갔답니다.” 나라를 뒤집어놓은 계엄을 롯데리아에서 모의했다니 헛웃음밖에 안 나왔습니다. 12·3 내란 사태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곧장 온라인 기사부터 썼습니다. 제목은 ‘롯데리아 계엄 모의’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노씨가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 팀원들에게 판결문을 구해오라고 했습니다. 1시간여 만에 판결문 파일이 올라왔습니다. 이틀 연속 노씨의 민낯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노상원의 집 주소도 취재됐습니다. 롯데리아 근처였습니다. 현역 사령관과 대령들을 자신의 집 앞으로 불러낼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는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현장 기자의 첫 보고는 “선배, 여기 1층이 아기보살 점집입니다”였습니다. 노씨 집은 다른 층일 수 있으니 주변을 수소문해 주거지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잠시 뒤 걸려온 후배의 두 번째 전화 “인근 떡집에 왔는데, 노씨 사진을 보여드리니 아기보살 점집에서 굿할 때마다 떡을 맞추러 오는 남자 보살님이래요.” 떡집 사장님이 ‘남자 보살’로 저장해둔 휴대전화 번호는 우리 팀이 확보한 노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했습니다. 아기보살 점집 앞에서 뻗치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만난 아기보살의 말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아기보살은 “노상원은 우리와 동업관계다. 우리는 신점을 보고 노씨는 사주풀이를 한다. 신기도 있다.” 이 보고를 받고 10초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냅다 웃었습니다. 12·3 내란 사태를 비선에서 설계한 노씨의 실체가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한 보살님’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노씨의 민낯을 파헤치는 보도를 이어가자 단골 무당까지 제보해 왔습니다. 노씨가 김용현 전 장관을 지렛대 삼아 오래전부터 명예 회복을 노려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취재는 놀라울 정도로 물 흐르듯 술술 풀렸습니다. JTBC에 물이 들어왔고 노(상원)를 저었을 뿐입니다. 주소지를 귀띔받고, 현장에서 한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던 것 모두 JTBC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물이 들어오도록 앞서 물길을 만들어온 동료·선후배들 덕분입니다.
▶돈 봉투 사건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도이치모터스 수사무마 사건 ▶명태균 사건 등 JTBC는 지난 2년 동안 굵직한 국면마다 이슈를 주도해 왔습니다. 동료· 선후배들이 단 한마디를 들으려고 뻗치고, 단 한 장을 받아내려고 몇 날 며칠을 읍소해 온 덕분입니다. 그 노고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수상에 대한 기쁨보다 민망함이 앞섭니다.
노를 잘 저어준 기동팀 후배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막내들이라 경험도 짧고 서툴기도 하지만 현 시국의 최전선에서 매일같이 현장을 취재하고 뉴스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노상원 보도도 현장에 답이 있음을 잘 보여준 막내들의 작품입니다. 막내들이 계속 노를 잘 저어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서준 기자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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