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12.09 19:07
중앙그룹이 깊이있는 취재와 남다른 기획력으로 선보인 보도들이 연이어 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법부, 시간과의 전쟁’으로 ‘올해의 법조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취재팀은 사문화된 선거법의 ‘6·3·3 원칙’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하라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권고문을 단독 취재하고, 재판 지연의 실태와 해결책을 심층 보도했다. 법조언론인클럽은 “법원의 시계를 앞당기고 국민의 재판권 보장에 기여한 보도”라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아래는 수상자가 중앙사보로 보내온 취재기./편집자
재판 지연은 사법부의 고질적 난제다. 구문(舊聞)이란 뜻이다. 건드려도 답을 얻기 힘든 문제를 기획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지난해 8월께였다. 법원 수뇌부를 취재한 한영익 법조팀장이 조희대(대법원장) 코트가 재판 지연 해소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하면서다. “조 대법원장이 선거사범 문제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다”는 말과 함께였다.
첫 보도가 나가기까지 한 달이 더 걸렸다. 선거사범 문제로 시작해 재판 지연 실태, 해외 사례, 해소 방안 등을 보도하자는 공감하에 판사·검사·변호사·피고인·의원실로부터 사례·통계를 취재하고 연구 자료 및 법원행정처 내부 동향을 검토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22대 총선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그해 10월 10일 만료된다는 점도 출고 시점에 고려했다.
조 대법원장의 의지를 보여줄 팩트는 공문으로 확인했다. 법원행정처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전국 법원에 “선거법 강행 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선거범 재판의 선고는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 및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270조를 준수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사문화한 이 조항을 조 대법원장이 콕 집었다는 사실은 정치권과 법조계에 큰 파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선고가 기소 후 2년2개월 만에 나왔다. 국민 이목이 쏠린 사건에서도 법원은 법을 무시하며 기한을 4배 넘겼다. 정치인이 해당 조항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건 당연한 상황이었다.
조 대법원장 권고 내용을 보도하며 해당 조항을 ‘6·3·3법’이라 명명한 건 정효식 사회부장이었다. 죽어있던 조항에 이름을 붙이면서 마치 법이 창설된 듯한 각인효과를 내어 파급력을 크게 높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선거 판결 6·3·3 지켜라’ 조희대 대법원장 특명”이라는 기사가 나온후 6·3·3법은 정치권·법조계는 물론 타지에서도 흔히 쓰이는 단어가 됐다.
선거법 외에도 다양한 재판의 지연 실태와 대응 방안 등을 담은 후속 보도도 의미가 있었다. 사법 연감 등의 숫자들과 씨름했고 전문가 의견을 보충했다. 법원 내부의 병폐, 외부 환경의 변화 등을 두루 담았고, 인력·예산 등 국회가 관심 가져야 할 문제도 짚었다.
그렇게 나온 총 다섯 편의 기획 기사는 법원팀 김정연·최서인 기자는 물론 검찰팀 김정민·양수민 기자가 투입돼 함께 취재하고 썼다. 출고 과정 전반을 돌아보면 팀장의 ‘모찌’로 시작해 법조팀 기자들의 협업을 거쳐 부장이 날개 달아 출고한 격이다.
우리의 기사가 적을지언정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보도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앙일보 보도를 언급하는 국회의원, 갱신 절차 간소화 등 조금씩 변하는 사법부 시스템 그리고 “중앙일보 보도로 집중 관심을 받았으니 조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소에 명운을 걸어야 하겠다”는 어느 서초동 판사의 너스레를 반추한 소감이다.